제주를 영화처럼 여행하는 법, 커피와 영화가 있는 <숏트롱시네마> 제주도 애월 감성여행

제주에 살고 있는 제주도민으로서 가장 아쉬운 점 하나는 독립예술영화를 볼 곳이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신촌의 아트하우스 모모가 아지트였고, 봄이면 전주국제영화제에, 여름이면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계절을 보냈던 사람에게 제주는 너무나 가혹한 곳입니다. 아멜리에, 고양이를 부탁해, 중경삼림 등 봇물 터지듯 개봉되는 리마스터링 영화들도 제주에서는 도통 볼 방법이 없습니다.

셀린 시아마 감독의 쁘띠마망을 뒤늦게 보고 영화관에서 봤어야 한다고 발을 동동 구르던 와중에 <숏트롱시네마>를 알게 되었는데요. 제주에서 무려 독립영화를! 그것도 영화제가 아니면 보기도 힘든 단편영화를!! 게다가 전용 상영관이라니!!! 반가운 마음에 얼른 달려가 보았습니다.

숏트롱시네마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애월 해안가에서 조금 떨어진 조용한 마을 안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네비에 주소를 찍고 찾아간 건물에서도 입구를 찾기가 쉽진 않은데요. 지하주차장 한편에서 시네마라는 귀한 명사를 발견했습니다.

초록색 문을 조심스레 열고 들어가면 낮은 조도로 차분하게 꾸며진 매표 공간이 나옵니다. 철 지난 영화들의 포스터가 이곳이 영화관임을 말해줍니다. 한쪽에선 연필, 배지, 컵 같은 굿즈와 해외영화포스터도 판매하고 있었어요.

숏트롱시네마는 100% 예약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사전에 미리 예약을 하고 왔는데요. 예약자 확인을 하면 손글씨로 영화 제목이 쓰인 귀여운 티켓과 동전 초콜릿을 받을 수 있습니다. 숏트롱시네마의 영화티켓은 영화 목록 9편을 다 채우면 1편을 공짜로 볼 수 있는 쿠폰이기도 합니다.

매달 숏트롱시네마에서 큐레이션한 세 편의 단편영화가 상영되고 있는데요. 이중 한편만 골라 볼 수도 있고 세편을 연달아 보는 릴레이 관람도 가능합니다. 단편영화 1편 관람은 4,000원, 릴레이 상영은 11,000원이고 여기에 2,000원을 더하면 아메리카노까지 한잔 마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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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트롱시네마에선 혼자 또는 연인과 친구끼리 영화를 보는 프라이빗 관람도 가능합니다. 제가 갔을 땐 동시간대 예약자가 없어서 프라이빗 관람이나 마찬가지로 오붓하게 공간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영화 상영 전후로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라운지가 마련돼 있는데요. 이곳에서 카페처럼 음료를 마셔도 되고 저녁엔 술과 안주를 곁들일 수 있는 펍으로 변신한다고 해요.

오렌지빛 전구색 조명과 90년대 영화 포스터,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같은 소품들이 묘한 향수를 자극합니다. 이곳의 분위기 자체가 왕가위 감독 영화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온 것 같아요. 숏트롱시네마를 방문한 손님들이 한 문장씩 이어서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릴레이 시나리오 원고도 놓여 있습니다.

상영시간이 거의 다 되어 상영장 안으로 들어갔는데요. 좌석은 단 4개뿐인 소규모 영화관입니다. 좌석도 분위기도 매우 편안해서 20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강렬하게 몰입해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이곳이 왜 숏트롱(Short+Strong)인지 단숨에 이해되는 경험이었어요.

공간 자체도 멋스러운 곳인데 이곳에서 본 단편영화도 정말 좋아서 오래도록 여운을 곱씹게 되었는데요. 이곳에 다녀온 후 아무도 시켜주지 않은 숏트롱홍보대사를 자처하고 싶을 만큼 동네방네 소문내고 싶은 공간입니다. 더 많은 분들이 이곳을 찾아 숏트롱시네마 2호점, 3호점이 생겼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고요. 더 욕심을 부리자면 독립예술 장편영화들을 상영하는 롱트롱시네마가 생기길 더불어 바라고 있답니다.

좋은 영화에 목마른 제주도민들, 영화를 사랑하는 시네필들, 시끄러운 곳은 딱 질색인 내향인들, 제주여행에 감성 한 스푼을 더하고 싶은 분들에게 숏트롱시네마를 공유합니다. 제주 애월의 진짜 핫플은 노티드도넛도 다운타우너도 아닌 숏트롱시네마라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이상 제주사람 미뇽의 제주이야기였습니다. 오늘도 다정한 하루 보내세요 🙂

숏트롱시네마
✔️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B1으로 내려와 지하주차장을 건너면 보임
✔️ 100% 예약제
✔️ 목/금 09:00 - 20:00 토/일 12:00 - 20:00
✔️ 저녁엔 숏 트롱 시네 펍 17:00 -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