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 군락지라는 특색 없는 이름 때문일까요. 아니면 사람들이 선인장엔 관심이 없기 때문일까요. 월령리 선인장 군락지는 천연기념물 제429호라는 명성에 비해 찾는 이들이 많지 않은 곳입니다.
인기 없는 여행지를 굳이 왜 소개하냐면 바로 그 점이 이곳을 더 특별하게 만들거든요. 이만큼 근사하고 이국적인 해안절경을 누구의 방해도 없이 걸을 수 있는 길은 정말 흔치 않습니다.
해안가 검은 빌레를 온통 뒤덮은 선인장은 해류에 실려 지구 반대편에서 온 것이라고도 하고, 뱀이나 쥐를 막기 위해 돌담에 심은 것이 퍼졌다고도 합니다. 근원을 몰라도 한 가지 분명한 건 선인장 스스로 월령리 바닷가에 뿌리내렸다는 사실입니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단 하나뿐인 야생 선인장 자생지인데요. 애써 증명하지 않아도 존재감 확실한 선인장들이 돌 틈 사이마다 수북합니다. 줄기 모양이 손바닥처럼 넙적해서 손바닥 선인장이라 불리는데요. 본래 이름은 부채선인장, 별명은 백년초입니다.
제주말로는 '떡꼿'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왜인지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떡처럼 납작해서거나 꽃이 지고 나면 떡처럼 귀한 열매가 맺히기 때문은 아닐지 추측해봅니다.
월령리에선 해마다 6월과 7월이면 노랗게 피어난 선인장 꽃을 볼 수 있습니다. 일시에 만개해서 장관을 이루는 모습은 아니지만 무심하게 툭툭 피어난 꽃들이 산책길을 심심치 않게 해줍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샛노란 색감도 하늘하늘한 이파리 모양도 참 예쁜 꽃이에요.
선인장 군락지 사이로 잘 닦인 목재길이 놓여있어 이정표가 따로 없어도 걷고 싶은 만큼 걸었다 다시 돌아오면 되는 길입니다. 210m 정도의 코스라 왕복으로 다녀와도 500m가 채 되지 않는 짧은 산책로입니다.
중간 즈음엔 걷다가 쉴 수 있는 바다 정자가 있는데요. 6월의 뜨거운 햇볕을 가려주어 시원하기도 하지만 이곳에 앉아서 보는 전망이 기가 막힙니다.
용암석 위에 자라난 선인장의 거친 생명력을 월령리 바다가 포근하게 품어주는 모습입니다. 바다의 너른 품에서 공존을 배우고 선인장에게서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웁니다.
선인장 군락지의 시작점이자 마무리 지점인 월령포구는 망중한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한적한 포구입니다. 볼 것이라고는 선인장과 돌무더기, 바다뿐인 곳이지만 잠깐 틈을 내어 한숨 돌리기 좋은 곳이에요.
월령리 선인장 군락지는 사람에 치이지 않고 시간에 쫓기지 않는, 그야말로 망중한을 즐길 수 있는 쉼표 같은 여행지입니다. 제주 서쪽을 여행하실 때 잠깐 짬을 내어 들러보시면 좋을 곳이에요. 이상 제주사람 미뇽의 제주이야기였습니다. 오늘도 다정한 하루 보내세요 🙂
월령리 선인장 군락지
제주시 한림읍 월령리 359-4
✔️ 우리나라 유일한 선인장 자생지
✔️ 조용하고 이국적인 해안산책로
✔️ 제주 서쪽 코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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