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좋아하는 한국 전통색 중에 '유록빛'이라는 색상이 있는데요. 봄날 버들잎의 빛깔과 같이 노란빛을 띤 연한 초록빛을 유록빛이라고 합니다. 지난 4월 어린잎이 돋아나고 있는 녹차밭 한 곳을 다녀왔는데요.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유록빛 풍경을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표선면 가시리에 있는 모루농장으로 가는 길은 시멘트 포장도로를 한참 달려야 합니다. 건물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시골길을 달려 이 길이 맞는 건지 의심할 무렵 모루농장에 도착했습니다. 중산간 지역의 너른 들판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오름과 녹차밭뿐인 풍경을 맞닥뜨린 순간 긴장의 끈이 탁하고 풀렸는데요. 오름의 여왕이라 불리는 따라비오름 아래 이런 예쁜 녹차밭이 숨겨져 있을 줄이야! 보물 장소를 발견한 기쁨이 샘솟는 동시에 워낙 사람의 기척이 없는 곳이라 초대받지 않은 비밀의 정원에 들어온 것처럼 조심스러운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예약해둔 티클래스 시간까지 시간이 남아 녹차밭 주변을 둘러봤는데요. 덤불 곳곳에 빼꼼 돋아난 고사리를 발견하고 고사리를 끊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주도민의 4월 취미는 고사리 끊기랍니다...)
모루농장의 티룸은 10년이 넘은 차공장을 수선해 만든 곳인데요. 정성으로 모루농장을 가꾸고 있는 오너 농부님이 직접 티클래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티클래스 전에 녹차 잎을 직접 따볼 수 있게 해주셨는데요. 갓 돋아나 여리디 여린 녹차 새순을 톡톡 따는 손맛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한 시간 남짓 진행되는 티클래스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이에요. 직접 딴 녹차 잎에 바로 뜨거운 물을 부어 맛을 봤는데요. 우리가 흔히 아는 녹차맛이 아닌 풋내가 그대로 느껴지는 날것의 차맛이었습니다.
원형 그대로의 차맛을 보고 나서 농부님이 손수 제다한 모루농장의 차들을 차례로 맛보았는데요. 4월의 어린 찻잎으로 만든 녹차와 홍차를 차례로 시음했습니다. 모루농장의 첫인상처럼 깨끗하고 청아한 맛이 나는 차들이었어요. 값으로 따지자면 한잔에 2만 원 정도의 질 좋은 차라고 말씀해 주셔서 최대한 음미하며 천천히 마셨습니다.
농부님의 차 이야기를 곁들인 한 시간의 찻자리가 끝나면 2층에 마련된 별도 공간에서 자유시간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제가 갔던 4월에 차나무 사이로 핀 하얀 딸기꽃을 볼 수 있었는데요. 5월의 티룸을 예약하면 모루농장에서 자란 야생딸기가 다식으로 나온다고 하네요. 모루티룸은 예약제로 운영이 되고 있으니 사전에 예약을 하고 방문하셔야 합니다. 본인이 마실 차를 직접 채엽하고 제다하는 차 만들기 체험도 있는데요. 내년 4월엔 첫차 만들기 체험을 꼭 해볼 생각이에요. 아무도 없는 나만의 초록공간에서 진정한 힐링을 경험하고 싶으시다면 모루농장이 제격입니다.
⬇️ 서귀포 녹차밭 카페 <수망다원> 소개링크
제주도 녹차밭 속 힐링 티타임 | 서귀포 남원 카페 <수망다원>
수망다원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535-5 open. 매일 10:00~17:00 etc. 애견 동반 불가능 instagram. @sumangdawon 안녕하세요, 제주사람 미뇽입니다. 좋은 차 한 잔은 천국에서 내린 달콤한 이슬이라고 하
dajungjeju.tistory.com
모루농장 :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중산간동로 4850-303
모루티룸 예약제 (2:00, 3:30, 5:00 1인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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