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어령 선생님의 폭포와 분수라는 수필은 '동양인은 폭포를 사랑한다'는 문장으로 시작됩니다.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면 동양인이 아니어도 누구나 폭포를 사랑하게 될 수밖에 없죠. 보기만 해도 속이 뻥 뚫리는 서귀포 정방폭포로 랜선 휴가를 떠나볼까요?

정방폭포로 가기 위해선 먼저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매해야 합니다. 어른은 2,000원 청소년과 어린이는 1,000원이고요. 제주도민은 무료로 입장이 가능합니다. 매표소 옆으로 난 130여 개의 계단을 따라 2~3분 정도 내려가야 하는데요. 내려갈 땐 만만한 편이지만 올라올 때는 꽤 숨이 찰만큼 경사가 가파른 곳입니다.

비가 오고 난 뒤에는 관람로가 미끄러울 수도 있고 폭포 아래는 온통 바윗길로 되어 있기 때문에 운동화 착용은 필수입니다. 유아차를 끌기가 힘들어서 아기와 오실 분들은 아기띠를 매고 이동하셔야 합니다. 머물기 나름이지만 이동시간 포함해 30분 내외면 관람이 가능해요.

어느 정도 계단을 내려가면 나무가 우거진 숲터널이 나오는데요. 옆으로는 서귀포 바다가 보이고 폭포 소리가 가깝게 들려오는 운치 있는 길입니다. 폭포에 내려가면 오히려 그늘이 없기 때문에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한참 쉬었다 가도 좋습니다. 겨울에는 빨갛게 내려앉은 토종 동백꽃도 볼 수 있는 길이에요.

아래로 내려갈수록 심장을 때리는 것 같은 커다란 폭포 소리에 아드레날린 수치도 샘솟는 듯한데요. 이윽고 도달한 전망대에서 정방폭포의 절경이 한눈에 내려다 보입니다. 울창한 소나무 숲을 머리에 이고 있는 수직 절벽 사이로 폭포의 물줄기가 웅장하게 하늘을 가르는 모습이 정말 장관이에요.

드디어 정방폭포 밑에 도착했는데요. 가까이 갈수록 시원한 물보라가 일어서 저절로 더위를 잊게 합니다. 직접 가보기 전에는 너비 10m, 높이 23m라는 수치가 와닿지 않았는데요. 실제로 보면 으리으리하고 거대한 규모에 압도당하게 되는 장엄한 폭포입니다.

폭포수가 바로 바다로 떨어지는 해안폭포는 동양에선 정방폭포가 유일하다고 합니다. 세계적으로는 자메이카의 던스리버 폭포 정도만 알려져 있는 희귀한 형태의 폭포인데요. 궁금해서 찾아보니 던스리버 폭포는 폭포라기보다는 석회암 단구가 이어지는 계곡에 가까운 모습이었어요. 이쯤 되면 동양 유일이 아니라 세계 유일의 해안폭포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우람하게 떨어지는 폭포 밑으로는 연못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곳에는 1 급수 지표종이라 불리는 버들치 떼와 은어가 살고 있고요. 작년엔 귀한 무태장어까지 발견되면서 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기도 했습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초록색 웅덩이가 신비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정방폭포 연못의 물은 바로 서귀포 앞바다로 이어지는데요. 바다로 흘러가는 맑은 물줄기를 바라보는 일도 즐겁습니다. 손을 담가보면 정말 시원하고 깨끗한 물이라는 걸 단박에 알 수 있습니다.

왼쪽으로는 섶섬이, 오른쪽으로는 문섬이 바라다보이는 바다 풍경도 가만히 넋을 놓고 보게 됩니다. 진시황의 명으로 불로초를 찾아 제주에 왔다는 서복이 '서불과차'라는 마애명을 새겨 놓았다는 전설이 깃든 곳이기도 한데요. 이곳에 다녀갔다는 흔적을 남기고 싶을 만큼 멋진 곳임에 분명합니다.

천지연, 천제연 폭포와 더불어 제주도 3대 폭포라고 불리는 정방폭포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한 곳입니다. 하지만 몇 번을 찾아도 그 풍경이 익숙해지지 않고 늘 새롭게 다가오는 곳이기도 한데요. 예년보다 더울 거라는 올여름 무더위도 정방폭포의 장대한 물줄기를 이기진 못할 것 같습니다. 이상 제주사람 미뇽의 제주이야기였습니다. 오늘도 다정한 하루 보내세요 🙂
정방폭포
제주 서귀포시 칠십리로 214번 길 37
✔️ 매일 9:00 - 17:50 (일몰시간에 따라 변경)
✔️ 어른 2,000원 청소년/어린이 1,000원 제주도민 무료
✔️ 대한민국 명승 제43호 국가지정문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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